하와이 시편(2013) > 나눔과교제

본문 바로가기

나눔과교제

하와이 시편(2013)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2건 조회 7,410회 작성일 13-01-29 10:43

본문

다음은 서울대 법대 최종고교수가

하와이대 법대에서 강의하는 짧은 체류기간에 쓴 시입니다.

혼자 읽고 즐기기에는 너무 아름다워서
여기에 같이 나누워 봅니다.

다음

하와이 시편(2013)

 

1. 알라모아나 공원

 

3년간 못오다 다시 온 하와이

짐 풀자 달려온 알라모아나 해변.

 

공원에는 여전히 옛 질서

하나도 바뀜 없이 살아있구나.

 

참새보다 작은 좁쌀새들

나비처럼 팔랑이며 모이 찾고

 

바다가재는 여전히 수줍어

오랜만이란 인사도 않고 물속으로 숨는다.

 

그래, 나만 그동안 부재했을 뿐

빈틈없이 돌아가는 자연의 질서, 정상의 질서.

 

파도는 출렁이면서도 가득하고

야자수는 흔들리면서도 마냥 우뚝.

 

가랑비인지 하와이비는 비도 아니지만

하늘에 쌍무지개 하와이의 궁륭도 여전.

 

27년만의 서울추위 안겪는 것만도 다행인데

옛 인사로 맞아주는 하와이의 다행스런 안착.

2013.1.3

 

2.하와이 인연

- 월송과 영운 회상

영운의 따님으로부터 오늘 받은

월송이 보낸 세 통의 편지.

 

<청평호의 노래>가 실린

육필편지가 가슴을 울린다.

 

1949 <하와이 색시들>을 쓴 영운

1959 <문화의 장이론>을 발표한 월송

 

50년후 자식세대가 하와이 와서

그들의 연모의 편지를 읽다니

 

, 역시 위대한 것은 사랑

깐깐한 법학자를 시인으로 만들었구나.

 

1998년 월송의 부음 하와이에서 듣고

장례식에도 못가고 시로 읊었는데

 

오늘은 스승의 편지를 컴퓨터로 치며

새삼 인생과 사랑을 벅차게 느낀다.

 

스승의 숭고한 사랑

나는 어찌 후배들에게 물려줄까?

2013.1.4

 

3. 오아후 한 바퀴

The Bus 55번 타고

Turtle Bay까지 가는 데 2달러.

거기서 반대로 돌아오는 데 2달러.

 

4달러면 오아후섬 한 바퀴 돌 수 있어

하와이 왔으면 首인사를 해야지

하루종일 버스 타고 차창으로 보는 풍경.

 

섬나라 원주민의 사는 모습

관광객들 사이에서 찾아보려 애쓴다.

 

홀로 바닷가에 선 나무 한 그루

버드나무인지 Hau나무인지

古木인지 孤木인지

순간의 셔터로 사진 한 장 찍는다.

 

사진은 순간의 예술

동창미전에 출품해볼까?

走馬看山인지 走馬看海인지

어차피 차창밖의 풍경이지만

서로 딴 세계에 살면서도 이렇게 편하게

만나는 접촉도 있다는 사실-

외로워말라, 오아후 사람들아.

2013.1.5

 

4. 사라진 <레인보우>

이번 호놀루루 방문의 최대 아쉬움은

사라진 대학로 <Rainbow> 고서점.

 

올 때마다 싼 값에 골라사던 영어책들

작년에 문닫고 큰 자물쇠로 잠겼구나.

 

하기야 뉴욕의 콜럼비아대 앞 헌책방들도

씻은 듯 사라진지도 수년전

심지어 Borders 서점도 문닫았다는데,

 

도대체 인간은 어떤 문화로 변모하는가?

컴퓨터, 사이버공간이 문명을 삼키는가?

 

어쩜 이런 反문명을 끝까지 버텨야할

하와이 자연문명 속에서도

구텐베르크유산이 맥없이 사라지는가?

 

책의 문명, 나도 의지해 살아온

활자문명이 문을 닫고 새 문명이 오는가?

활자문명 자체가 하나의 무지개였나?

 

문닫힌 Rainbow 고서점 앞에서

굳게 닫힌 자물쇠를 만져보며

돌아서기 아쉬워 남기는 시 한편.

 

불원천리 찾아온 애인,

세상만사가 레인보우?

2013.1.4

 

5. Polynesian Cultural Center

수년전 한번 와 보았다고

자신있게 버스에서 내린 Polynesian Cultural Center.

 

눈 대신 내리는 비

하와이 겨울철을 얘기해주는데

입구에 선 산타클로즈 마네킹이

그래도 성탄을 상기시키누나.

 

그와는 별도로 폴리네시아문화센터

Civilization 이 아니라 Culture 라 했군.

 

하와이, 타히티, 사모아 등

각 群島 문화를 종합전시해 놓고,

 

그것도 모르몬교의 금력으로 운영한다 해서

선명씨나 East Asian Cultural Center 해볼 수 있겠나 했더니

문씨도 이제는 고인, 또 한 시대가 지났다.

 

그래 인간은 지나가고 문명만 남는다

문명도 지나가면 자연만 남는다

 

폴리네시아문화는 자연의 문명

그래서 가장 강점을 갖는 문명인가?

 

아무튼 유럽문명에서 받은 주눅

폴리네시아문명에서 만회하려는

나도 얼마나 이것을 맛보다 지나갈까?

2013.1.5

 

6. 풀과 담쟁이

-성백군, 강민경 시집을 읽고

경북 상주, 전북 정읍에서 각각 태어나

월남전에 펜팔로 맺어진 인연.

 

1980년 하와이로 이민 와서

목사, 사모, 명함은 성직이지만,

 

소년소녀 시절부터의 문학심

이국땅에서도 계속 가꾸셨네요.

 

<풀은 눕지않는다>

<담쟁이, 그녀>

늦게나마 독립으로 낸 시집.

 

남녀의 詩眼이 다르고

표현의 질감이 다르긴 하지만

 

내 보기엔 같은 점이 더 많네요.

부부는 역시 살수록 닮는가봐요.

 

같고 틀림이 무슨 대수인가요

흉허물 없는 부부애 그게 최고지요.

 

오늘 함께 산책한 식물원 풀꽃처럼

아름답게 풍부하게 피워나가십시오.

2013.1.8

 

7. 하와이 쿠키

-Esther Kwon 여사에게

안동 권씨 남편 찾아 사진신부로 온

영남부인 이정희 여사의 따님으로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교육 받고

일본인계 법률가 남편과 결혼하고

중국계 사위를 본 “하와이 동아시아”가족.

 

늦게 법률공부하여 변호사 되어

공익봉사에 평생 헌신하며

타고난 文才로 영어로 글쓰는 작가

한국인 후예의 명성을 높이는 장한 여사.

 

독립운동가 부모님을 대전 국립묘지에 이장하고

한국인물전기학회에서 발표하여 국내에 알리기도하고

이제는 마음의 휴식을 즐길 만년에

인정을 속속드리 베풀며 사시는군요.

 

부엌에서 손수 만든 하와이 스낵 쿠키

시 쓰면서 먹으라고 손수 챙겨주시니

이런 역사적 감동이 짖묻은

조국에 대한 사랑 제가 받는군요.

 

이곳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하와이는 내 집이라 정을 느끼네요.

2013.1.9

 

8. 짝 잃은 철새

- W.T. de Bary 교수 회상

선생은 뉴욕철새

나는 서울철새

매년 겨울이면 하와이서 만나

 

동서로(East-West Road) 조깅하며

학자의 건강을 챙겨왔더니

 

이번엔 혼자 뛰는 마음

어딘지 허전하네요.

 

90세를 넘겼으면 장수하셨고

Sourcebook of East Asian Civilization 8

20세기 고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고

 

한국의 이퇴계 뿐 아니라

동양고전을 세계학계에 새로 심으신

그 정력을 새삼 반추하노라면

 

여기 동서로가 선생에게 중요했듯

나에게도 뜻있는 곳이라 또 왔는데

 

아무튼 만날 수 없는 뉴욕철새

동서로에서 회상하며 명복을 빈다.

2013.1.10

 

 

9. 구아바(Guava)

처음으로 인천에서 호놀루루까지 타본

Hawaiian Airline 기내식 때

 

맥주도 와인도 오랜지도 말고

구아바 쥬스를 달라해

하와이 가는 기분 앞당겨 즐겼더니,

 

오늘 East-West Center 일본정원

Tea-House 마당에 지천으로 떨어진 구아바

여나므개 주워 즉석에서 하나 먹어보니

한국선 못맡는 향긋한 구아바 향기.

 

역시 이 맛에 하와이 오는거야

세상 어디 이런 곳이 있어

방에 들어와 쏟아놓으니

온 방안이 구아바 향기로 가득-

 

아침 식빵에 발라 먹으니

이 천년 하와이식 웰빙 식사.

 

서울의 추위에 떠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잠시만 하와이인으로 살다갈께.

2013.1.11

 

10. Chance Meeting

-안경선여사를 보내고

춘원의 딸 이정화, 영운의 딸 안경선

작년 가을 서울서 처음 랑데부 시키고

 

이번엔 하와이에서 안여사 모녀를 만나

한국학연구소 김영희 소장과 환담하며

 

춘원-메논-영운의 세대에서

자손세대로 이어지는 역사를 맡는다.

 

가장 아름다운 건 외손녀 어린 교수가

외할머니에 대해 연구열을 가진 것.

 

가능하면 3월 샌디에고 <춘원세미나>에서나

내년 필라델피아 AAS학회에서 발표하자고

내가 먼저 제의하고 연구를 유도하면서

아직 연구열이 용솟음침에 스스로 놀란다.

 

이것이 하와이의 축복인가

동서양에 흩어진 한국얼의 만남.

 

그래, 선구자들이 뿌린 씨를

거두어줄 사람이 있어야한다.

자손들이 못하는 일, 옆에서 도와주어야한다.

그것이 역사를 함께 책임지는 일이지.

 

하와이 만남은 Chance Meeting,

그러나 그 속에 Everlasting Aloha!

2013.1.11


다음 목록에서 계속

 


댓글목록

profile_image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장로님, 정말 짧고도 간결하고 아름답고 담백한 시들입니다. 함께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rofile_image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제가 시인을 몰라서 그런가?



남의 글에 .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것은 참 무례 한지는 몰라도

한글에 영어.  섞어서 쓰니깡.  읽는 사람이 ..  영어를 잘 모르면 이해를 못할듯 하네요.



영어로 시작하면, 영어로

한문으로 쓰면. 한문으로 그런詩 를 늘 보아와서..  좀 생소한 느낌도 납니다.

장로님.  글 올린데.  제가 안할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에 ~  죄송 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