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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정거장 [유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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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3건 조회 7,321회 작성일 13-01-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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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정거장

 - 유홍준

 

백년 정거장에 앉아

기다린다 왜 기다리는지

모르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어버렸으면서 기다린다 내가 일어나면

이 의자가 치워질까봐 이 의자가

치워지면 백년 정거장이

사라질까봐

기다린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이제 돌아오면 안된다

오늘도 나는 정거장에서 파는
잡지처럼 기다린다

오늘도 나는 정거장 한구석에서 닦는
구두처럼 기다린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뽕짝을 틀고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해질녘에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바닥이 더러운 정거장에서

천장에 거미줄 늘어진 정거장에서

오늘도 너는 왜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린다



▒ 시인 유홍준

1962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 1998년 ‘시와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돼 등단. 시집 《喪家(상가)에 모인 구두들》(2004년), 《나는, 웃는다》(2006년)가 있다. 2005년 한국시인협회의 ‘제1회 젊은 시인상’ 수상. 2007년 제1회 ‘시작문학상’ 수상, 제2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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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최 장로님이 하와이 에서 시인의 글을 여러점 올렸기에 . . 저도 한번 올려 봤습니다.  Poems 는 거의 안 읽고 지나 치지만, 경주 사는 이 혜인 수녀님의 시도 좋아하고, 김 소월님 의 시도 자주 읽어봐서 그분들의 시는 접할때 마다 읽어 보곤 하지요.



위에 시[詩] 를 읽고 ..  잠깐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려 본적이 있었던가?



여기 .  저기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오른쪽 발목이 아파서, 벤치를 찾기위해 두리번 두리번 하는 버릇도

생겼는데,  비가 온후나,  눈이 내린후에 벤치에 앉기에는 좀 불편하더라고요.

여행중.. 피곤하고. 등에 땀이 많이 날때는 그늘에 있는 벤치가 왜 그리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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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누가 .  사용했던 글을 고대로.. "As is"  다시 올려 봅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을 손꼽아 세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기다림이 간절할수록 시간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그 고통마저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을때 내가 누구를 기다렸는지?

왜 기다렸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되겠지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면, 그것을 인생이라고 하면 너무 가혹한가요?

하지만 그 기다림의 고통으로 인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해져 있을 테지요.

그리고 훗날 다시 그 의자에 앉아 과거를 뒤돌아보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 의자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어 준마면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의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느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누군가 기다리는 대상이 있을때 만큼 행복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기다림은 나를 오늘까지 지탱해 주었던 힘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추억의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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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사실 크리스챤은 모두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 기다림이 우리의 힘과 소망의 이유가 됩니다. 때로는 기다림에 지쳐서 힘들기도 하지만 주님의 다시오심의 약속을 분명히 믿기에 그 약속을 다시금 떠올리며 새 힘과 소망이 충만해 져서 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이 시는 아주 신앙적이고 신학적입니다.